광주 주택서 장애인 남편·결혼 이주여성 숨진 채 발견… 복지시스템 ‘구멍’
광주 주택서 장애인 남편·결혼 이주여성 숨진 채 발견… 복지시스템 ‘구멍’
  • 김양혜 기자
  • 승인 2020.01.13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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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로 아내 쓰러진 뒤 장애인 남편 저체온증으로 사망
가난·장애·다문화 취약 요소에도 사회 안전망 미작동
광주 남부경찰서 청사

광주 남구에서 나란히 숨진 채 발견된 장애인 남편과 결혼이주여성은 ‘가난·장애·다문화’라는 취약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었지만 복지 대책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남편은 장애를 앓았으나 보호자가 있다는 이유로 돌봄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고, ‘응급 안전 서비스’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맞춤형 복지 시스템’의 구멍이 드러난 셈이다.

광주 남부경찰서와 남구 등에 따르면 6일 오전 9시30분쯤 광주 남구 주월동의 한 주택에서 뇌병변 장애가 있는 남편 A씨(63)와 필리핀 출신의 아내 B씨(57)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B씨가 먼저 뇌출혈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거동이 어려운 A씨가 B씨에게 이불을 덮어주려다 침대에서 떨어진 뒤, 저체온증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 중이다.

부부의 시신이 발견됐을 당시 침대에 있던 전기장판의 전원은 켜진 상태였다. 하지만 부부는 온기를 머금고 있던 침대 위가 아닌 차디찬 바닥에 쓰러진 채 숨져 있었다.

A씨는 필리핀에서 온 B씨와 2004년에 결혼했다. 생활 형편이 좋지 않았던 그는 이듬해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로 인정됐고, 월 100만원 남짓한 돈으로 생계를 유지해왔다.

A씨가 2015년 2월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를 앓게 되자 부부의 사정은 더욱 나빠졌다. A씨는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어 침상에 누워 지냈다. 그런 A씨를 인근에 사는 동생과 B씨가 돌봤다.

지방자치단체는 고독사 방지를 위해 중증장애인과 독거노인 가정을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있었다. 그러나 A씨는 돌봐줄 보호자가 있다는 이유로 그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통장이 한 달에 한 번 쓰레기봉투를 제공하거나 민간 봉사단이 반찬을 주기도 했지만, 부부를 만나지 않고 부엌에 물건을 두고 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아내는 16년 동안 한국에서 지내면서도 한국어에 서툴 정도로 외부 활동이나 접촉을 꺼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 집에는 ‘중증환자 응급안전 서비스’의 일환으로 움직임 감지 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남구가 2015년부터 최근까지 중증장애인과 독거노인 가정 191곳에 7600여만원을 들여 설치한 것이었다. 움직임을 살피고 비상 호출을 할 수 있게 해 주민 생명을 지키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장치를 모니터링하는 업무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모니터링 요원이 1명에 불과해 혼자 191개 가정을 모두 살펴야 하고, 기계가 고장 나면 고치는 역할까지 맡았다. 교대 인력마저 없어 주말·공휴일이나 늦은 시각에는 모니터링 자체가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담당 모니터링 요원은 움직임 감지 장치에서 신호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닷새가 지나서야 A씨 부부 집을 방문했다가 숨져있는 이들을 발견했다.

남구 관계자는 “과거에 같은 일로 방문했다가 B씨가 크게 역정을 냈다”며 “이후 센서에 움직임이 없으면 전화나 문자로 연락해 안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도 전화로 안부를 확인했지만 받지 않아 문자를 보냈는데 답이 없었다”면서 “이후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곧바로 집을 찾아가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안전장치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력 확충, 인적 안전망 구축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복지공감플러스 박종민 대표는 “점점 개인화·고립화하면서 사회적 약자의 사망을 방지하려는 각종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응급 벨 등 안전장치가 갖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활용할 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결국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이 안부를 확인하는 ‘동네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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